영화이야기2009. 3. 15. 16:02
영화 이야기라는 카테고리를 만들고 처음 포스팅한다.
원래는 벤자민버튼...을 첫 포스트로 올리고자 하였으나, 딱히 우러나오는 것이 없어서 패스했음.

황색눈물 (2007년. 일본)
감독: 이누도 잇신
출연: 사쿠라이 쇼, 아이바 마사키, 니노미야 카즈나리, 오노 사토시, 마츠모토 준


일본 영화라곤 고작 '러브레터'만 알고 있는 나에게 다가온 두번째 일본 영화였다. (만화는 제외)
애국심도 아니면서 유독 일본에 대한 반감으로 은근히 일본영화를 배척하며 흥행이라도 할까봐 조마조마했던 것이 일본과 그리고 그들의 영화에 대한 나의 자세였다.
그러한 아집(어쩌면 어줍잖은 애국심일지도 모를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역사적 앙금과 문화적 포용을 구분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본 영화가 러브레터.

아무튼 이 '황색눈물'은 의도치 않게 보게 된 나의 두번째 일본 영화였다.
그것도 비됴방을 몇 배쯤 불려놓은 아기자기한 상영관과 광고를 모조리 빼버리고 바로 본영화로 들어가는 바람에 미처 맘의 준비를 못하고 앞 부분을 놓쳐버린 '다소 생경하기까지 했던' 스폰지하우스라는 일본영화가 너무도 잘 어우리는 극장에서 보게 된 것이다.
(스폰지하우스는 메가박스와 CGV에 길들여진 나에게 무척이나 낯설면서도 재미있는 곳이었다.)
의도치 않았던 이유는 두 여인네들과 영화보기를 약속하고 만난 극장에서 도착해서야 우리가 보기로 한 영화가 이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의도치 않았던 이 영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영화는 매우 단조로운 플롯 구성과 2시간 남짓의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단조로움을 느낄 겨를도 없는 깜찍한 유머코드와 에피소드로 전개된다. 오히려 영화가 빨리 끝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영화에는 네 명의 귀여운 남자주인공이 등장하는데, 나머지 세 명의 빈대(?)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만화가로서의 자신만의 독자적인 길을 가는 에이스케(니노미야 카즈나리)와 에이스케의 어머니를 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준 인연으로 만난 3청년이 그들이다.
갑자기 나타난 동거인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만화 알바로 돈을 벌어온 에이스케를 제외하곤 자신의 꿈과 이상으로 현실을 외면하는 다소 비현실적 인물들이다. 그나마 2점의 작품을 뽑아낸 케이(오노 사토시)가 밥값을 좀 했던 것 같다.

아무튼 무능력하고 한심해 보이기까지한 세 남자들은 어쩌면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엔 음악, 그림, 소설로 이름을 날리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고, 끊임없이 그들처럼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고 도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고작 1%나 될지 모를 최고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해오고 이들의 이야기는 감동스토리로 곧잘 영화로 쓰여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나머지 99%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처음 영화가 시작되었을 때, 결국 나중에 이 사람들이 성공해서 잘 산다는 내용을 보여주려는 거로군, 하면서 어떻게 이들이 성공하는지 그 진부한 이야기를 두고 보겠다던 내게 이 영화는 보기좋게 뒤통수를 날렸다.
오히려 평범한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꿈을 접고 현실에 순응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곧잘 꿈을 꾼다. 머릿속에선 그 분야에서 성공을 해서 돈과 명예를 거머쥐는 상상의 나래를 펴지만 현실 속에선 작심삼일의 계획에, 손에는 TV 리모콘이, 밤에는 술잔이 함께한다.
그리고 한탄한다. 이래서 안돼, 저래서 안돼.

3명의 청년은 돈 때문에 자신들의 꿈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하나, 그들의 꿈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결국 한줄도 못 쓰는 소설, 곡, 그리고 평범한 실력 때문이다. 그들의 나약함, 나태함, 평범함.... 밥 한끼 제 손으로 못 해먹고 에이스케의 집에 얹혀있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고 가까운 미래일 뿐이었다. 그리고 영화는 드라마틱한 반전도 없이 보기좋게 그들의 꿈을 즈려밟아주고 현실에 순응시킴으로써 리얼리즘을 극대화한다.

에이스케라는 인물은 나머지 세명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그는 현실에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자신의 고집을 지켜가면서 근근히 생활하고 있는 인물이다. 조금 더 먼 미래를 이 영화가 보여준다면 가장 성공해 있을 인물이 아닐까 싶다. 에이스케는 나이가 들어 어느날 인정받게 되는 대기만성형 인간형인 것 같다.

영화의 초반에 유모양이 나의 귀에 속닥이며 "저 사람이 일본판 꽃남 남자주인공인 마츠모토 준이에요"라며 알려준 조연급의 유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신의 현재 삶에 충실하면서 꿈을 쫓는 이들을 동경하는 지극한 평범남이다.


황색눈물은 매우 위트있는 영화이다.
배우들의 독특하면서도 망가진 모습이 주는 즐거움, 만화적 장면 연출은 영화의 재미를 부각시킨다.
스폰지하우스와 황색눈물의 궁합은 특히나 최고였던 것 같다. 소박하면서도 색다른 극장과 일본 냄새 물씬 풍기는 영화 한편으로 3월 12일의 저녁은 잠시나마 일본의 소도시로 여행온 느낌마저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 황색눈물을 검색하던 중, 이 다섯명의 청년들이 일본에서는 동방신기나 빅뱅 급이라 할 수 있는 최고의 아이돌 스타들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와웃, 역시 일본이란 나라는 알다가도 모를 나라이다. 한 그룹의 멤버 다섯명을 이런 소박한 영화에 총출동시키다니.. 게다가 실컷 망가뜨리기까지 하는 재미있는 나라이다. 이들의 연기도 매우 좋았다.

사실 사이즈로 보아서는 동방신기보단 빅뱅에 가까울 듯...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인
니노미야를 예뻐라하다가도 그 짧은 사이즈에 실컷 아쉬워했는데, 얼마나 짧나 봤더니 170 근처도 안 가는 모양이다. 빅뱅의 깔창 강추!!
(빅뱅과 아라시 안티 아님. 난 그저 팬들이 내 블로그로 유입되어 쌍욕을 퍼부울까 두려운 힘없는 30대 아줌마일 뿐이라며...)


아무튼 즐거운 시간 만들어 준 유모양과 김모양의 탁월한 선택에 고마움을 느끼며...
다음엔 홍여사도 함께 하자규~~
Posted by spcn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