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2009. 3. 16. 03:40

그땐 그렇게도 공감가지 않던 이슈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슈를 내가 먼저 끌어내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인생은 여러 에피소드가 정해진 순서대로 번호표 뽑듯 지나가는 것 같다.
새치기라도 할라치면 그 순서가 아니라며 앞선 번호의 에피소드가 먼저 일어난다.
그러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되는 과정을 거듭하며 그 다음 에피소드를 이어나간다.
굳이 성급해할 필요도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그 시절에 그에 맞는 일이 일어난다.

어느 시절... 조금 늦었단 생각에 매우 조급했던 때가 있었다.
모든 것이 급하기만 하고 주변도 살피지 못한 채 앞만 보며 내리 달리던 때가 있었다.
그땐 그게 성장하는 과정이라 생각했고, 남들보다 빨리 가기 위한 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만큼 끝도 빨리 왔다.


어쨌든 나는 약 10년간을 지속해왔던 조직생활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인생의 막을 올리는 중이다.
새로운 시작은 설레임과 흥분으로 가득하다.
회사 생활 중간중간의 휴식과는 다른 열정으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새 출발을 위해 충분히 쉬겠다고 하면서도 머릿속은 미래를 향한 계획으로 가득차다.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은 직장에서의 꾸준한 성과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마흔살까지는 직장생활을 통해 승진과 보상을 얻어야 한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직장생활 10년이면 충분하다는 것 뿐, 아무런 미련이 없다.
오히려 미련하게 일했던 일상을 떠나온 것이 너무나도 다행스럽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면 이념조차도 바뀌는 것 같다.
지금 이 시간, 헤르만 헤세의 <삶의 단계>의 한 구절에 너무나도 절실하게 닿아있다.

모든 꽃들이 시들 듯이
청춘이 세월 속에 무릎을 꿇듯이
인생의 모든 단계는 지혜를 꽃피우지만
지혜도 덕망도 모두 잠시일뿐
영원하지 않다.
그러나, 생의 외침을 들을 때마다
마음은 이별을 준비하고 새 출발하라.
용감히, 그리고 두려워 말고 새로운 이끌림에 몸을 맡겨라.
새로운 시작에는 언제나 마술적 힘이
우리를 감싸, 사는 것을 도와주리니... (헤세, <삻의 단계>중에서)


Posted by spcn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