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09. 4. 8. 09:49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깨끗한 피로······.


----------------------------------------------------
내사랑 금지옥엽 드라마 최종회에 나온 시였는데, 참 좋다고 느꼈다.
난 아버지는 아니지만 어떤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단 말... 너무 공감갔다.

난 집에 오면 엄마가 되고,
난 누군가의 딸이기도 하다.
내가 이러이러한 사람이 아니라 나란 존재가 있을 뿐이다.
나를 평가하지도 재지도 않고, 그저 나란 존재가 인정된다.
가족은 그런 것.
Posted by spcn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