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09. 6. 2. 14:50

나의 사상은 운명론에 가깝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진 각본대로 간다는 완벽한 운명론을 지향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밑바탕이 되는 큰 줄기가 있고, 살아가면서 개인의 삶에 따라 다양한 가지를 쳐가지만 결국 큰 줄기를 따라 인생의 방향이 정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더러는 잘못된 가지를 쳐서 굽이굽이 돌아가기도 하지만 운명의 이끌림은 큰 줄기로 되돌아 오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가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왜 나는 지금 이런 상황에 처해져 있을까,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왜 난 이것을 하고 있을까....
대부분은 시간이 그 의문을 해결해 주었다.
이준기가 배웠던 아크로바틱이 왕의 남자 캐스팅에 유효했던 것처럼,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과 경험이 버릴 것이 없다는 생각... 이것의 나의 인생을 좌우하는 사상이다.

그런 사상이 자리 잡았던 것은 20살이 한참 지난 이후였던 것 같다.
많은 의문 속에서 방황을 거듭하다가 하나씩 해결이 될 때마다 운명의 강한 이끌림을 느꼈던 것 같다.
이러려고 그때 그랬었구나....


바로 최근, 그러니까 회사를 그만두기 전 갑자기 나에게 닥친 사건이 있었다.
도대체 왜...라며 의문을 가졌던 그 사건, 결국 그 사건은 내가 회사를 그만두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고,
지금 와서는 내가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으면 어쩌려고 그랬나 할 만큼 내 주변의 상황 또한 그 덕을 많이 보고 있다.

그리고 연이어 일어나는 사건들...
그 우연같은 필연 속에서 어떤 하나의 큰 줄기를 향해 강하게 이끌려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사건들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은 결국 나의 몫이다.
내겐 두가지의 선택이 있다.
또다시 방황을 거듭하다 돌아돌아 운명의 끝자락에서 힘겹게 해후하거나, 크게 마음을 잡고 그 이끌림을 따라 길을 만들어 가거나..
그러고 보면 운명이란 큰 줄기는 주어지지만, 그 주어진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 비포장도로와 같다.
앞을 볼 수 있도록 빛을 비추고 사람이 걸을 수 있도록 길을 갈고 닦아야만 하는...
나의 운명론에는 그 운명을 갖기 위한 '노력'이 곁들여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내겐 너무나도 부족했던 '노력'
노력이란 단어 앞에선 늘 작아져야만 했고, 그래서 무수히 많은 길을 황폐히 버리고 지나와야 했다.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했기에 어떤 게으름 앞에서도 핑계를 댈 수 있었던 듯.
내재된 게으름마저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을까.

일단 몇가지 약속한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 나가야겠다.
Posted by spcnana